우선 제가 사진에 대한 열정이 많이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유명 포인트에 가면 단체로 동호회 같은 곳에서 혹은 지인하고 같이 온 사람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릴 일이 왕왕 있습니다.

최근 남한산성 서문 포인트에 야경을 담으러 갔을 때도 개인적으로 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는데 제가 예민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촬영 시작 전부터 촬영 내내 지인 두명과 입을 쉬지 않고 떠드는, 오른쪽에 있던 사진사가 문제였네요.

롯데 타워 욕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늘이 열릴 것이니 어쩌니 a모드로는 찍으면 안된다. m 모드로 찍어라. 그중 가장 압권은 그 분의 다른 지인이 바로 아래 국청사에 주차를 하고 와서 차 빼달라고 전화를 받고 고민하고 있는데 스님이 참 유난스럽다고 그거 안 빼도 된다고 빼지 말라고 무슨 큰 문제 있겠냐는 식의 대답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분들 때문에 애꿎은 사진 안 찍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같이 사진 찍는 사람들도 포인트가 막히는 등의 불편을 겪게 됩니다.

날씨 좋은 날만 되면 사진 찍으러 몰려오는 사람들의 주차 문제로 인해 국청사에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임에 자명합니다. 전 무조건 일찍 가서 국청사 근처에 있는 화장실 옆에도 안 대고 훨씬 아래 쪽에 등산객 통행이나 국청사 측에 불편이 없게 주차하고 걸어올라가곤 하는데 어떻게 저런 무개념스러운 소릴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 말문이 막히더군요.

사실 남한산성 포인트는 올때마다 옆 사진사들의 듣기 싫은 수다를 강제로 들어야 하는데 요근래 핫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비난과 욕이 주를 이룹니다. 도시의 미관과 어울리지 않는 초고층 마천루와 한강 라인을 잘라먹는 부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는 있겠지만 저거 안 무너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둥, 완공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거다와 같은 헛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큰 소리로 떠들면서 야경 사진 담겠다고 폼 잡고 있는 것 보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자신이 찍는 사진에 방해가 되는 것들이면 사람과 사물을 불문하고 경시하는 태도는 같은 사진인으로서 부끄러울 때가 많네요.

사진은 벼슬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지 않는 대다수의 다른 사람들은 유명 포인트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의 사진 활동에 관심이 없으며 그들이 촬영한다고 주의를 기울여 조심해야할 이유도 없죠. 그런데 보통 단체로 출사하시는 분들은 이런 사진 찍지 않는 일반 관광객들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하기 일쑤이며 엄청난 민폐를 끼치면서도 본인들이 잘못하고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 날의 문제의 사진사도 촬영 말미 즈음 나무 데크에 야경 구경 하러온 연인들에게 사진 촬영 중이니 움직임에 조심하라고 잔소릴 하더군요. 사진 안 찍는 사람들은 장노출이나 블러에 대해 알 필요도 없고 그 나무 데크가 촬영용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야경 구경하러 온 사람한테 여기 사진 찍고 있으니까 살금살금 걸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어느정도 포기하고 찍던지 다른 장소에서 찍어야 맞지요. 저도 이날 조금 늦게 와서 뒷쪽 성벽 포인트에 자리 잡지 못하고 데크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이런 부분은 사전에 인지하고 타협하면서 촬영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건 바로 이런 무개념 사진사가 굉장히 많고 결론적으로 사진을 찍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진사들은 진상이며 상종 못 할 인간들이라는 개념을 심어주게 됩니다.

사진보다 인성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내실 없는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문제인 것인지... 남에 대해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부터 먼저 가져야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혼자 출사를 선호하지만 단체나 동호회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그 자체로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단체 활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배려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동호회에선 이런 부분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지켜나가야 하는데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네요.

삼각대를 펼치고 자리를 독점한채 사진을 찍는 행위는 분명 경치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입니다. 특히 단체로 삼각대 펼치고 있으며 일반 사람들은 기에 눌려 구경하고 싶어도 근처로 가지도 못합니다. 저는 이런 부분 때문에 사진을 찍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촬영지에선 최대한 조심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포유 회원님들도 바른 사진 촬영 문화를 만들어가셨으면 하는 바램에 장문의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