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꽂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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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7   2015.09.25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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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썼던 글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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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다양한, 그러면서도 어느 하나 똑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누가 대신 살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삶을 일부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지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는 겁니다.
같은 삶을 살지 않았고,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고, 서로 물려받은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또 우리는 같은-비슷한-경험을 한 상대방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데
분명 같은 경험을 했는데도 공감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같은 대상을 갖고도 각자가 받아들이는-수용하는-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혈액형에 의한 성격구분 처럼 크게 나눈 분류 속에 서로 일치하는 유형도 있지만
결국은 각 개인의 유전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수용력에 개인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살면서 책에, 영화에, 노래에, 어떤 인물의 경험에 공감을 하고
그것이 이해 정도가 아니라 온 감정을 뒤흔들 정도로 싱크가 맞기도 합니다.
'필 꽂혔다'라고 표현하는 그런...

이런 필꽂힘 현상은 우리의 일상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 특히 첫눈에 반하고 끌리는 것이 그것이고...
연예인들의 팬, 영화광, 각종 매니아들이 그것입니다.
또한, 그런 특별한 부류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그런 경험을 자주합니다.
충동구매를 한다던가 어디를 가야 한다던가 꼭 이 말을 해야 한다던가...

우리 각자에게는 각기 다른 정신적인 수용력의 차이가 있습니다.
전에 '역치'라는 용어를 설명한 적이 있지요...
사전적인 의미는 '생물체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자극의 강도를 표시하는 수치'라고 하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 수많은 서로 다른 역치를 우리는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을 보고도 한 사람은 본 것만으로 사랑에 빠지고, 다른 사람은 괜히 혐오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같은 노래를 듣고도 한 사람은 감동받고, 수없이 반복해 들어도 질리지 않을 수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심드렁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각자의 수많은 역치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시사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주체자로서의 관점...
'필꽂힘'은 무의식에서 발생하고, '필'은 다양한 종류의 역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필이 왔을 때 '바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욘사마'를 쫒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와서 먼 발치에서 욘사마를 보고 발 동동 구르는 일본 아줌마들이
과연 배용준이란 인물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드라마의 등장인물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연예인들을 따르는 수많은 팬들은 그 연예인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맡았거나 만들어낸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일까요?
이별은 커녕 사랑조차 못해본 연예인이 이별의 슬픔을 연기하고 노래할 때
그 목소리와, 그 표정과, 그 분위기로 필 꽂히는 사람들이 있게됩니다.
연기자나 가수는 실제 경험을 못했지만 시청자로서는 이미 경험이 있고 그 역치와 분위기가 일치하면 필 꽂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내면으로 들어가면 필꽂힘을 통해서 나의 일부가 되어 있는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필꽂힘의 대상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필꽂힘은 바로 나의 모습이니까요.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그리고 사랑받고 싶다는 무의식의 표현인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외부인으로서의 관점...
이런 역치들 때문에 사람은 '비정형 다면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면에서 보면 이해되던 사람이 다른 방향에서 보면 나랑 다르다거나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지요.
그러니 나와 같은 줄 알았는데 아니라느니, 영 다른 부류인 줄 알았는데 나와 통하는 게 있다느니 하는 것은
'비정형 다면체'의 또 다른 면을 발견했을 때 나오는 것입니다.
주의할 점은 사람들의 자신의 여러가지 다양한 면 중에서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의 좋아 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통해서 그 사람을 알게 된다"고 할 수 있지요.

한댜생각. ^^

2010.02.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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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달프님의 댓글

한댜님의 에세이가 주는 울림에 나즈막한 소리로 외쳐봅니다.
'동감'입니다하고~~^^1등 7P

doorrock님의 댓글

이 글을 읽고나니 더 한댜님께 필꽂혔어요 ㅎㅎㅎㅎ

† ЌûỲắـĶĬΣ님의 댓글

너무 어렵다 ㅠㅠ
역시 사람은 노는 물이 다르다는,,
나 처럼 무식노령무전치매인 사람들은 파고다 공원이 좋은디,,
거기서 놀면 게으르다고 할것이고,,
에이 그냥 조용히 밥이나 축내며 살자
한댜님 어려운 글은 되도록 월간지에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어렵다 증말 저렵다
하피 추석

고슴도치님의 댓글

너~~무 길어서 이따 정독하겠슴 ㄷㄷㄷ

물빛님의 댓글

나도지금 현재  꽂혀서 헤메고 있는데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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