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사람의 눈을 본따서 만들어졌다고 설명을 많이 하지요...
망막과 필름(센서), 홍채와 조리개, 수정체와 렌즈, ...

눈의 자연적인 노출 조정이나 감광 능력 등은 아직도 카메라 이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요즘은 카메라의 기술이 발전되어 우리 눈 보다 성능이 더 좋아졌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카메라와 우리 눈은 중요한 차이가 있지요... 너무도 큰...

카메라는 심도라고 표현되는 특정한 거리에 대한 초점 맞춤 정도가 있는데
특별히 심도를 얕게 찍은 경우가 아닌 이상... 심도를 깊게 하면 전체적으로 두루 깨끗하게 한 방에 찍힙니다...
하지만...
우리 눈은 어떤 경우에도 심도 깊은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망막의 중심에는 특별히 감광세포가 밀집되어 있는 영역이 있고 그곳에'만' 깨끗한 상이 맺어지도록 수정체와 홍채가 조절됩니다.
그래서 시선을 어느 한 곳에 고정시키고 주변을 '느껴보면'... (본다는 것은 시선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시선을 고정시키면...)
똑똑하게 보이지 않고 부옇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만큼이나 똑똑하고 깨끗한 영상이 보이는 걸까요?

이 화면을 보시고 계시니 아무 글자에라고 시선을 고정시켜보십시오...
시선을 고정시켜 보고 있는 글자 말고 바로 옆에 있는 글자가 깨끗하게 보입니까...?
아닐겁니다...
우리 눈은 그렇게 아주 작은 영역에 대해서만 똑똑하게 보이도록 초점이 맞춰지게 진화해 왔습니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눈에 보이는 깨끗한 영상은 어찌된 걸까요...?

그건 지금 알게 된 것과 같이 조금 단순한 기능의 눈과 우리 뇌의 발달된 단기 기억능력 때문입니다.
즉, 우리 자신도 못 느낄 정도로 재빨리 시야 내의 사물을 스캔해서 깨끗한 영상들을 기억한 다음...
내가 목표로 하는 주요 사물에만 관심을 쏟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단기 기억이 쇠퇴하여 영상이 흐려지면 다시 한 번 스캔하고...
새로운 장소에 가게되면 두리번 거리게 되지요...? 그때 스캔된 내용이 시각중추의 단기 기억 장소에 저장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망막의 특정 영역만 의미 있고 나머지는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머지 영역은 '변화'를 체크합니다.
즉, 시선(초점이 잘 맞는 중심부분) 외의 부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
똑똑한 영상은 아니더라도 변화가 있었다는 것만 알아내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시선을 옮기면 되니까요...

이렇게 진화한 이유는 '효율성' 때문입니다.
진화의 과정에서 망막의 전 영역을 깨끗하게 초점이 맞도록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본다는 것... 내가 먼저 발견하여 먹이를 잡거나 위험을 피하면 되기 때문에...
망막의 전영역을 초점 맞추고 그 방대한 데이터를 뇌에서 정보처리하느라 불필요한 낭비를 하지 않으려 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심부만 초점이 맞고 나머지는 초점이 잘 안 맞아 부옇긴 해도 변화된 내용은 빨리 감지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겁니다.
진화에도 엔트로피의 법칙은 적용이 됩니다.

덕분에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시선이 돌아가는 바람에 앤이나 마눌에게 핀잔먹는 일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지요... ㅎㅎ

결론은...
카메라가 한 컷에 잡아낸 멋진 풍경을 사람은 열심히 스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리번거리기까지 하면서... ^^
우리 눈이 가진 비밀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