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스피어 피싱으로 직원 280여명 연봉 날려 

매출 20조원의 글로벌 화학기업인 LG화학(대표 부회장 박진수)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스피어 피싱)로 직원 280여명의 연봉을 한 방에 날리게 됐다.

스피어 피싱(spear phishing)은 물고기를 작살로 잡는 '작살 낚시(spearfishing)'에 빗댄 것으로, 특정인을 대상으로 이들의 개인정보를 캐내기 위한 피싱 공격을 지칭하는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 의 자회사인 ‘아람코 프로덕트 트레이딩(Aramco Product Trading)’ 측으로부터 납품대금 계좌가 변경됐다는 e메일을 받았다.

그 후 LG화학은 해당 계좌로 거래대금 240억원가량을 송금했지만, 해당 계좌는 아람코 프로덕트 트레이딩과 관계가 없는 제3자의 계좌였다.

LG화학은 아무런 의심없이 거래대금 240억원을 송금했다 날린 것이다. 

이에 매출 20조원의 글로벌 석유화학 대기업에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대기업의 내부시스템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특히, LG화학이 이번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한 방에 날린 240억원은 LG화학 직원 280여명의 연봉을 합한 금액일 정도로 큰 금액이다.

지난해 LG화학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500만원이었다.  

앞서도, 국내 중소 수출기업이 비슷한 글로벌 기업 사칭사기 사건에 연루된 적은 있었지만, LG화학과 같은 대기업이 피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 액수도 사상 최대다.

이에따라 LG화학 최고경영자(CEO)인 박진수(64) 부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호영(55) 사장의 문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보안 전문가와 재무 담당자들이 당연히 대비해야 할 일이었지만, 무기력하게 당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면서 "기업의 국제 신용도 타격을 입게됐다"고 말했다.